[스크랩] " 돈(Money) 역사여행~~

2009. 9. 3. 23:40화폐이야기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돈(Money), 그것의 어원이 어떤 것이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단순하게 생각되는 '돈'에는 기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돈과 관련된 어원, 역사를 살피다 보면 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를 파헤칠 수 있다.

미국의 매칼래스터대학교 교수인 잭 웨더포드가 쓴 <돈 상식사전>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돈과 관련된 역사 여행을 떠나본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카카오 콩)이 돈이었다고?

멕시코 고원에 살던 고대 인디언의 한 부족 아스텍에서는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콩을 화폐로 사용했다. 이 콩으로 과일, 야채 같은 식품을 비롯해 심지어는 노예까지 사고 팔 수 있었다.

카카오 콩은 엄청난 교환가치가 있지만 물품 생산에 한계가 있다. 때론 기후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줄어들어 카카오 콩을 찾기가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을 듯하다. 그러다보니 위조 사건도 종종 벌어졌다.

진흙을 섬세하게 빚어서 카카오 콩처럼 모양을 만든 후 카카오 콩에 섞여서 화폐로 유통시킨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화폐 위조사건으로 기록된 이야기다.

오늘날 자주 벌어지는 화폐 위조가 고대에도 있었던 셈이다. 욕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고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이처럼 고대에는 상품가치가 있는 물품이 주로 돈 역할을 했다. 옥수수, 콩, 조개, 소금을 비롯해 심지어는 소와 같은 가축까지 다양하게 돈으로 활용됐다. 봉급을 뜻하는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sal'에서 유래했고, 자본을 뜻하는 capital은 소를 뜻하는 'cattle'과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돈의 어원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돈(money)의 기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로마의 여신 주노 모네타(moneta)에서 유래됐다. 주노 여신은 원래 여성과 혼인, 출산의 보호자를 상징하는 신이었고 화폐를 관장하는 신이었다.

주노 여신 주변에는 신성한 기러기 떼가 둘러싸고 있다가 갈리아인들이 몰래 성벽을 올라와 공격하려 할 때마다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 알려주었는데, 이때부터 그녀의 이름에는 '경고'라는 뜻의 라틴어(monere)가 붙었다.

그것이 모네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오늘날의 '돈(money)'의 어원이 된 것이다. 돈의 어원에는 이처럼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종이화폐 사용이 버블의 시작이었다?

금, 은, 구리 등이 상품가치가 있는 물품이 돈으로 통용되다가 전혀 상품가치가 없는 종이가 돈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들어서라고 할 수 있다.

1716년 프랑스 국왕은 최초의 민간은행인 ‘로앤컴퍼니’의 책임자로 존 로를 지명했다. 그는 종이화폐로 정부가 막대한 부를 창조할 수 있다고 제안했던 사람이다.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왕은 최초로 국가적 차원에서 종이화폐 사용을 시도했다.

처음에 존 로는 금화 100개를 사람들이 예탁하면 100개의 가치를 갖는 어음을 발행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금화를 한번 맡기면 오랫동안 찾지 않는데다 한꺼번에 예금을 전부 찾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00개의 금화를 담보로 200개, 300개 심지어는 1000개 이상의 가치를 갖는 어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덕분에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실제 보유한 금보다 점점 많은 종이 어음을 발행한 것이 역사상 최초의 '버블'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국 너무나 많은 종이화폐를 유통시킨 탓에 종이화폐가 지닌 액면가는 점차 가치를 잃어 결국 금과 교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또한 그가 운영했던 또 다른 회사인 ‘미시시피상사’가 내부자거래 등으로 주가가 폭등했는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투자이익금을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결국 은행은 완전히 파산했다. 이 사건의 주동자인 존 로는 온갖 비난과 악평에 시달리다가 다른 나라로 쫓겨났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버블을 예언했다?

종이화폐는 채굴에 한계가 있는 금과 은과 달리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 겉으로 볼 때는 '황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앞의 경우처럼 버블을 양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이것의 위험성을 지적한 소설로 꼽힌다. 책이 두터워 읽기 버거운데다 우리에겐 그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내용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화폐 경제가 가질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예견한 소설이다.

황제가 군인과 공무원에게 줄 봉급이 모자라 절절매고 있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재정난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천국에서 보내준 잎’이라며 종이화폐를 인쇄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확보된 금이 아닌 미래에 얻게 될 금을 바탕으로 수천장의 화폐를 인쇄해서 군인과 시민들에게 나눠 준다. 덕분에 시민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술집에는 포도주가 넘치고 정육점, 빵집 등 모든 상점이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마구 찍어댄 종이화폐는 미래의 수입을 미리 빌려와서 쓰는 것으로 결국엔 국가가 나중에 세금으로 갚아야 할 몫을 뜻하는 채권과 비슷한 것이었다. 이 종이화폐로 파우스트는 공장을 건설하고 운하를 만드는 등 건설업을 촉진시키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에는 계속되는 화폐 공급이 번영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버블임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불안, 반란으로 이어지는 등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우리가 쓰는 돈은 따지고 보면 '빚'

화폐 남발의 위험성을 고발한 소설로는 <파우스트> 외에도 <오이디푸스왕> <오즈의 마법사> 등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소설 혹은 동화 같은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는 여러 메시지가 숨어있다. 공통된 메시지는 무분별한 종이화폐 남발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종이화폐의 등장은 이처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한 동시에, 반대로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씀으로써 버블을 양산시킨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들어서는 종이화폐 대신 신용카드가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역시 미래에 발생할 소득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종이화폐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돈은 따지고 보면 '빚'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돈의 어원이 '경고'였다는 구절이나 <파우스트>의 소설 내용이 오늘날을 예견한 것 같아 섬뜩하다.

출처 : 화폐수집 동전과 지폐
글쓴이 : 무한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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